마을이야기

삼락(三樂)을 갖춘 가볼 만한 가족 여행지-충북 괴산의 올갱이 마을

추바이 2010. 7. 23. 16:09

‘삼락(三樂)’을 갖춘 가 볼만한 가족 여행지
충북 괴산의 둔율 올갱이마을, 산막이옛길, 매운탕
2010년 07월 14일 (수) 01:00:42 조현국 johkuk@naver.com

‘삼락(三樂)’을 갖춘 가 볼만한 가족 여행지

- 충북 괴산의 둔율 올갱이마을, 산막이옛길, 매운탕

 

‘충북 괴산군 칠성면 율원리 1010’... 내비게이션으로 그 주소를 입력하고 따라가다 보면 ‘올갱이마을’에 도달한다. 우리 동네 산남동에서 증평 지나 괴산으로 빠지는 새로 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괴강이 나오고 그 괴강 대교를 지나 만나게 되는 첫 동네가 바로 괴산군 칠성면 ‘둔율 올갱이마을’이다. 총 소요 시간,  승용차로 대략 1시간 남짓... 괴산과는 혈연 · 지연이 전무한 내가 괴산 칠성면 둔율로 간 까닭은 순전히 ‘올갱이마을’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 때문이었다. ‘두꺼비마을’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곳에 가면 뭔가 ‘통’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두꺼비마을’과 연결되는 고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감’으로 무턱대고 ‘올갱이마을’로 향했다.

 

 

 

올갱이마을에서 만난 이장님들

 

 

 

아니나 다를까! 올갱이마을에서 만난 최상연 이장님, 최종하 전 이장님(현재 행정안전부 지정 정보화마을 위원장을 맡고 있다)은 우리 ‘두꺼비 마을’을 알고 있었다. 괴산댐을 수리하면서 나온 시멘트물로 동네 앞을 흐르는 강물의 환경이 파괴된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으로서 한때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청주 두꺼비마을의 환경보존 운동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올해로 3회째 올갱이 마을축제를 할 수 있었던 것도 10여년 전 괴산댐 시멘트 제방공사로 사라졌던 올갱이들이 5~6년전부터 다시 출현하면서부터라고 하니 환경 문제는 동네주민들과 고락을 함께 한 셈이다.

현재 이른바 ‘둔율 올갱이마을’에는 54가구가 살고 있다. 옛날 강변에 밤나무를 심은 모양이 마치 군사가 대열을 이루고 있는 형상같아 ‘둔율(屯栗)’이란 지명을 얻었다고 전해지는 이 마을에서 올해로 세 번째로 ‘둔율올갱이 축제’가 열린다. 강변 양쪽 마을을 이어줄 다리가 없던 시절 타고 오가던 나룻배 체험, 환경마차 타고 동네 한바퀴 돌기, 백운천 에서 온가족이 함께 하는 올갱이 채취 등 다양하고 푸짐한 체험 행사가 있다며 행사가 열리는 7월말(7.30~8.1)에 꼭 오란다. 그날 내가 이장님들과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가족들이 군말 않고 달천강 상류에서 신나게 올갱이를 찾아다닌 것을 보면 올갱이 줍기 행사만으로도 가족들과 나들이해도 좋겠다 싶다.

 

애환과 절경을 간직학 산막이 옛길

올갱이마을을 찾는 즐거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군자산 맞은 편 산자락으로 3~4㎞ 들어가면 ‘산막이 옛길’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상연 이장님 말에 따르면, 산막이 옛길은 ‘산막이(산이 가로막은 막다른 곳, 그리고 오래전 도자기를 굽던 움막이 있던 곳이란 뜻이라고 한다)’라는 마을에 살던 주민들이 물이 불어나 물길이 막혔을 때 다니던 길이라고 한다. 산막이 마을에는 예전에는 15가구 살았는데 지금은 3가구만 산단다. ‘옛길’로 재조성되는 곳이라 인위적인 흔적이 곳곳에 있지만 숲길과 강, 그리고 계곡이 어우러진 풍경을 연출하는 ‘산막이 옛길’은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세상의 근심을 모두 잊고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망세루(忘世樓)’에서 바라보는 숲과 강의 풍경, 특히 강물에 비친 산그림자는 그야말로 무아지경에 빠지게 한다. 또한 옛날 산막이 마을 주민들이 걸었을 3.5㎞여의 산길을 걷는 것만으로 아쉬움을 느낀다면, 산길 도중에서 올라가는 등잔봉(450m) 산행코스도 있다.

 

 

 

괴강 지역의 풍미(風味), 매운탕을 맛보다

아무리 체험거리, 볼거리가 풍성해도 먹을거리가 없다면 잊지 못할 가족 여행지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올갱이 체험, 산막이 옛길 걷기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자 한다면 물 좋은 괴강에서 자라난 물고기를 재료로 요리한 매운탕을 추천하고 싶다. “매운탕이 맛있는 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괴강 인근의 식당에서 매운탕을 먹고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아들녀석이 내뱉은 탄성어린 품평 속에서 역사가 제법 길었을 이 지역의 매운탕 요리의 진가를 새삼 발견하게 된다.

 

 

나랑 생각이 일치할까, 혹시나 해서 딸내미에게 물어보았다. “서연아 ~ 오늘 즐거웠던 일, 세 가지만 말해봐라” 그러자 마치 내 생각을 읽고 있었다는 듯한 답변이 들려온다.

“응 ~ 첫 번째는 개울에서 올갱이 잡았던 일, 두 번째는 산막이 옛길 걸었던 것, 그리고~세번째는 메기매운탕을 맛있게 먹은 것...^^”

‘옳거니!’하고 나는 쾌재를 불렀다. 체험-볼거리-먹을거리, 삼박자를 갖춘 이곳이야말로 여름 휴가철에 하루나 이틀 나들이 삼아 가족들과 함께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해도 손색이 없으려니… 온 가족의 손·발이 즐겁고 눈이 즐겁고 입이 즐거우니, 이것이야말로 ‘가족 나들이 삼락(三樂)’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글·사진 조현국 기자

 

참고: 올갱이, 다슬기??

둔율 올갱이마을에는 ‘올갱이 양식 체험장’이 있다. 거기에 가면 올갱이의 다양한 이름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지역별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올갱이의 표준어는 다슬기이다. 경남에서는 고둥, 경북에서는 고디,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강원도에서는 ‘골뱅이’,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등으로 불린다. 괴산에는 올갱이라 한다. 서울 등 도시의 외식업체에서는 올갱이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충청도 쪽의 다슬기 음식이 외식업계에 먼저 알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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