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이웃을 사귀고 싶어 축구를 하게 됐어요!”

추바이 2011. 4. 17. 20:41

 

축구로 아파트공동체를 일구어가는 샛별 축구회 박필규 회장
2011년 04월 15일 (금) 01:49:16 조현국 기자 johkuk@hanmail.net

 

 

<샛별축구회 박필규 회장(좌), 김재구 부회장(우)>

   


올해 ‘산남리그’ 새 회장을 샛별축구회 박필규(48·사랑으로) 회장이 맡았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지난주 일요일(4.10) 오전 박 회장이 사는 아파트 마트 앞에서 커피타임을 청했다. 

조: 안녕하세요? 요즘 무척 바쁘신 거 같아요?
박: 생산적이지 않은 일에 많이 바빠요.(웃음)
조: 실례지만 하시는 일이 뭐예요?
박: 휴대폰에 들어가는 PCB 제조회사에 다녀요. LG 휴대폰에서 생산하는 제품에는 다 들어가구요, 얼마전부터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사 수주를 받아 생산하고 있습니다.
조: 원래 청주가 고향이었나요? 직장 때문에 청주에 오신건가요?
박: 그렇죠. 제 고향은 괴산이에요. 대학을 청주에서 다녔고, 대학졸업하고 울산 가서 한 10년 정도 있다가 올라왔어요. 4~5년 다른 일 하다가 현재 직장 다니고 있어요.
조: 괴산에서 청주로, 청주에서 울산으로, 울산에서 다시 청주로... 이제부터 쭉 청주에서 사셔야겠네요?(웃음) 울산에서 다시 청주로 오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박: 울산에 직장 다니면서 지금 집사람(김희숙씨)을 만났는데 당시 아내가 청주에서 학원을 했어요. 결혼 무렵에 울산 회사가 어려워져서 퇴직하고 집사람 믿고 다시 청주로 올라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올라 온 거죠.
조: 어떻게 보면 사모님이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 오게 된 셈이네요.(웃음) 그럼 결혼은 울산에서 하고 결혼하고 나서 바로 청주로 올라온거가요?
박: 네. 집사람은 내가 회사 다니고 있는 줄 알고 만나고 결혼했는데... 아마 처갓집하고 집사람은 이 사람에게 속은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처음에는 했었을 거예요. 결혼하자마자 백수가 됐으니까요.(웃음)

“이웃을 사귀고 싶어 축구를 하게 됐어요”
조: 축구동호회를 하시게 된 동기가 있을 것 같아요.
박: 이사를 왔는데 사람들을 잘 모르잖아요. 아파트 카페에 어느 사람이 샛별초에서 축구하자고 제안을 하더군요. 그래서 모였어요. 처음에 19명 정도 됐어요.
조: 특별히 축구를 좋아 하셨나요?
박: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했긴 했는데... 그것보다는 그 전에는 여러 사람이 모이고 하는 것이 별로 없어서요. 여기로 이사오면서 조기축구회를 하면 여러 사람을 알 수 있겠다 싶어 하게 됐어요. 또 아파트 초대 회장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고 사람들을 알아야겠다 싶어, 필요에 의해서 하게 됐어요. 서로 알고 지내야 아파트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 협의할 수 있지 않겠어요. 실제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는데 출마하는 사람들이 없어 번번히 구성이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조기축구회에서 동대표 일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조: 좋군요. 축구를 통해 이웃이 생기고 그 이웃들이 아파트 일에도 참여하고 말입니다.
박: 축구하면 좋은 게 여러 사람하고 어울릴 수 있는 게 좋습니다. 돈 많이 안 들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 수 있어 좋습니다. 회원 모집 중이니 홍보 많이 해주세요.(웃음)

 


 

후기 - 아파트 공동체, 그리고 축구공
한때 <아파트>라는 노래가 유행했었다. “아무도 없는 쓸쓸한 너의 아파트~”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게도 아파트는 그런 의미의 나와 내 가족만 사는 곳이었다. 개발시대-경쟁사회 속에서 각개 전투를 위한 휴식처에 지나지 않았던 아파트가 요즘 내게는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우리 마을 아파트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동호회를 보면 아파트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의 숲’이 생겨나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박필규 회장이 속한 샛별축구회도 40여명의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처음 만나 매주 땀방울을 나누며 ‘이웃’이 되어간다. 성과, 속도, 효율만을 따지는 ‘이기적인 경쟁주의’ 시대에 그런 ‘사람들의 숲’이 고단한 개인의 삶을 풍성하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박필규 회장이 품고 있는 ‘축구공’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패스’의 미학이 담겨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는 물질적 성과물보다는 사람이 진짜 소중하다는 걸 축구를 통해 깨우치고 실천하고 있는 중일 게다.

 

# '산남리그'란 '산남축구연합회 정기리그'의 줄임말이다. 각팀의 단합을 위해 더 많은 주민들과 교류하기 위해 이들은 '산남리그'를 창설하여 팀별로 1년씩 회장을 맡아 매월 1회씩 정기 교류전을 기획하고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