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동네 산책의 즐거움 - ‘두꺼비 마을길’을 따라서
청주 산남 두꺼비마을엔 주민들의 발길이 만들어 낸 산책길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정겹게 손을 잡고 여유롭게 걸어볼 수 있는 길, 그 길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가벼운 복장으로 아이들과 함께 걸어도 좋은 길입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옆집 친구와 수다 떨며 운동 삼아 걸어도 좋은 길... 이 길을 ‘두꺼비 마을길’로 이름 짓고 싶습니다. 원흥이방죽의 두꺼비가 만들어 낸 길이라는 의미에서도 그렇고, 이 길을 여유 있게 걸으면서 인생의 의미도 사색도 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런 ‘두꺼비 마을길’ 따라 걸어 보니 구간 구간마다 특징들이 있더군요. 이를 ‘생태관찰 길’, ‘옛 추억 길’, ‘생태천변 길’, ‘차 없는 길’, ‘생명의 길’로 명명하고 걸어보았습니다.
<산남두꺼비마을신문 61호에 나온 두꺼비 마을길 산책로...구간별 색으로 구분했습니다 >
생태관찰의 길: ‘두꺼비 논’의 가을 정취
마을길 산책에 나섰다면 한내들 아파트 뒤쪽에 있는 ‘두꺼비논’에도 가보세요. 고개 숙인 황금 벼들이 한창 가을 기운을 뿜어내고 있거든요. 도시에서 농촌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릅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뛰놀던 들판의 향수를 떠올리는 건 덤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유모차나 휠체어가 이곳으로 오기가 쉽지 않군요. 더군다나 ‘거울못’의 자연생태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마을길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거울못에서 퀸덤 뒤로 이어진 길은 오르막길인데다가 장맛비로 토양이 유실되어 울퉁불퉁해진 판석길로 몸이 불편한 분들이나 아기를 데리고 가는 분들이 걷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내들에 사는 김도언씨는 “구룡산 밑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좋아하는데 유모차 이동이 불편하다”고 말합니다. 다행히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마을길을 개선한다고 하니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두꺼비 마을길’ 명소(?)가 될 것 같습니다.
옛 추억의 길: 구룡산 자락 산책로
산남퀸덤에서 푸르지오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마을 주민들한테 가장 사랑받는 산책로 구간이 아닐까 합니다. 이 길에서 조희숙·김명숙(산남 사랑으로)씨를 만났습니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산책 나왔어요. 맑은 공기 마시며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어 좋아요”라며 수줍게 웃습니다. “산책도 하면서 보리도 보고 유채꽃도 보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라고 물으니 “그렇게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답합니다.
사실 산남 퀸덤에서 푸르지오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폭이 제법 넓습니다. 유사시 차량통행을 목적으로 폭넓게 설계했다고 하는데요, 일부 구간은 차량이 지나가도 남는 여유 공간이 있습니다. 그런 여유 공간을 활용해서 옛길 분위기 나는 길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두꺼비 논과 연계된 체험형 옛길을 조성하면 마을길 산책이 정서 함양에도 크나큰 도움을 줄 겁니다. 이런 ‘옛 추억의 길’을 만들기 위해선 당연히 마을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대 필요하겠죠.
<사진_이정희>
생태천변 길: 산남천~장미터널
산남 리슈빌 앞에서 칸타빌2단지로, 다시 사랑으로 아파트에서 샛별초로 이어지는 산남천을 산책하는 길도 재미있습니다. 이곳에는 장미터널과 화단, 운동시설이 있어 건강과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에버빌과 칸타빌2단지에 있는 장미터널은 주민센터에서 조성한 것으로 원래 조롱박을 식재했는데 관리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장미로 대체했다고 합니다. 리슈빌과 에버빌 사이 마을길에 있는 화단도 관리가 조금 안 되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주민들이 직접 나서야 마을길도 더 예뻐진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산남천 산책로 일부 구간은 공사로 인해 패인 곳이 눈에 띕니다. 산책하다 만난 정동-임영실(산남 리슈빌) 부부는 패인 곳이 “비가 오고 나면 다니기가 너무 나쁩니다. 하루 속히 보수돼야 합니다”라고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산남천 생태천변 산책길은 인근에 운동 시설을 갖춘 유수지가 있어 산책도 하고 운동하기에도 좋은 산책로인 것 같습니다.
차 없는 길: 법원·검찰청 앞 도로에서 국민은행 사이
법원과 검찰청 앞 쪽에 있는 차 없는 거리도 우리 두꺼비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예쁜 마을길입니다. 차 없는 거리에서 둥지를 튼 점포 사장님들 가운데는 그 길이 맘에 들어 계약을 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차 없는 거리엔 작년에 비해 예쁜 점포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아직 비어 있는 점포가 있긴 하지만 벤치도 새로 생기고 포토존도 설치되고 야외 작은 공연장 같은 것도 새로 생긴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활기찰 것 같습니다.
생명의 길: 원흥이방죽 느티나무
원흥이방죽에 가면 구룡산 자락의 따스한 햇살과 바람을 자양분 삼아 몇 백년 풍상을 헤친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이 느티나무 기운을 느끼면서 ‘스스로 그러함(自然)’의 이치에 잠겨보는 것도 ‘두꺼비 마을길’을 산책하는 즐거움입니다. 자주 이곳을 산책하다보면 아주 오래된 느티나무와 이야기하고 그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법을 배우게 될 지도 모릅니다.
주민들의 손때가 묻어 더욱 정겨운 산책길 어때요?
‘두꺼비 마을길’을 한 바퀴 돌아보니 대략 1시간 30여분이 소요되는군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산남3지구 택지가 조성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마을길, 지금은 주로 동주민센터와 환경 단체인 ‘두꺼비친구들’ 손에 관리되고 있는 마을길...그런데 여기서 안주할게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자연과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마을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백년, 천년을 내다보는 이야기가 있는 마을길... 옛 추억 길, 생태천변 길, 차 없는 길 등과 같이 마을길 구간 구간에 이름도 지어주고, 그것에 걸맞게 주민들이 손때를 묻힌다면 더욱 정겨운 산책길이 되지 않을까? 마을길을 거닐어 보고 싶어 자주 찾게 되고 다시 돌아보는 그런 정다운 마을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 조현국
산남두꺼비마을신문 2011.10.15일자 61호에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