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법원으로 간 청주교육지원청 인조잔디운동장 조성사업

추바이 2011. 1. 25. 15:09

연일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내가 사는 두꺼비마을에서는 한파도 한파거니와 샛별초 인조잔디운동장 조성 사업으로 인해 그 어느 해 겨울보다도 추운 엄동설한을 보내고 있다. 새해(2011년) 벽두 한 방송국에서 방영된 프로그램(「‘환경의 역습’ DEHP 환경호르몬 피하는 방법은?」)을 시청한 학부모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더욱 심하다. ‘DEHP’란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해주는 프탈레이트류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가소제로서 환경호르몬을 많이 배출하는 재질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들이 활동하는 인조잔디라든가 포설 등의 공간에 이 같은 ‘DEHP’가 많이 사용되고 있어 환경부에서는 이 재질의 사용금지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그러니까 현재 사용하거나 시행하려는 인조잔디운동장에는 ‘DEHP’가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인조잔디’ 운동장의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수많은 학부모와 주민들이 아이들 건강과 환경상의 이유를 들어 인조잔디운동장을 반대하고 있는데도 청주교육지원청에서는 이를 묵살하고 인조잔디운동장 사업을 강행하고 있으니 이만한 ‘혹한’도 없을 것이다.

 

 

뿔난 학부모들, ‘전국 최초’로 인조잔디운동장 조성공사 사업 취소 소송

청주교육청의 밀어붙이기 식 인조잔디 사업 추진과 충청북도교육청의 무책임한 묵인은 ‘전국 최초’로 인조잔디운동장 조성공사 사업 취소 소송이라는 기이한 현상을 낳았다. 대화의 길이 막힌 ‘샛별초 학부모모임’에서 학부모로 구성된 소송인단을 꾸려 청주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인조잔디운동장 조성 사업 취소’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지난 2006년 학교운동장 인조잔디 조성사업이 전국적으로 추진된 이후 인조잔디의 유해성과 행정당국의 권한 남용에 대해 학부모들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인조잔디운동장 사업이 초등학생들이 활동하는 학교운동장에 시행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법적 판단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법원이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까? ‘행정절차상 문제없다’는 청주교육지원청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아니면 건강 · 환경상 초등학교 교정에서 인조잔디운동장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샛별초 학부모 · 두꺼비마을 주민들, 나아가 시민들의 바람에 부응할 것인가? 그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청주교육지원청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젖어있는 행정권위주의(관료주의)로 인해 교육자의 명예를 스스로 실추시켰다는 점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 막는 형국이다. 그것도 교육청이 ‘교육가족’으로 섬겨야 할 학부모를 상대로 말이다.

 

 

“信是明年春再來”

인조잔디 반대 변론을 맡아준 변호인단에서는 인조잔디운동장이 초등학생들에게 미칠 건강상의 문제점 외에도 청주교육지원청의 의견수렴과정에서의 선택권 박탈, 재량권의 일탈과 남용 등 정상적인 행정 절차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대목에도 주목했다. 누가 보기에도 그 만큼 현재 청주교육지원청이 추진하고 있는 샛별초 인조잔디 조성사업은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의회에서도 청주교육지원청의 행정사무 감사 결과 “샛별초 운동장조성 사업은 학부모·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다시한번 거쳐 생태마을 위상에 걸 맞는 갈등 없는 운동장 조성이 되게 할 것”이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도 교육청은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 지적사항도 묵살하고 인조잔디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교육청과 대화의 길이 막힌 학부모들과 주민들은 이 추운 겨울 ‘법원’으로 ‘거리’로 나가고 있다. 이 작은 산남두꺼비생태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겨울의 풍경이 춥기만 하다.

 

 

信是明年春再來

應有香如故。

분명 봄날은 또 온다

옛날 싱그러운 향기를 품고서...

 

 

엄동설한 같은 현실 속에서 살다 간 중국의 한 현자가 남기고 간 말이다. 비록 인조잔디로 빚어진 산남동의 겨울은 절망스럽지만 의연한 학부모들과 주민들의 밝은 미소 속에서 ‘봄날’을 본다.

조현국(산남두꺼비마을신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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