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야기

보고 싶은 영화, <秋之白華>

추바이 2011. 7. 2. 02:59

오늘, 아니 밤 12시가 넘어 새벽 3시로 접어드니 어제라 해야 되나...

어제 중국 전역은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중국공산당 창당 9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들이 일제히 중국 전역에서 열렸거든요.

저도 그 장면을 중국 국영방송인 CCTV(中国中央电视台)를 통해 간접적으로 목격했습니다.

중국공산당 성립 90주년을 맞아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홍색 물결이 심상치 않습니다.

1921. 7. 1. 불과 13명이 상하이(上海)의 구석진 곳에 모여 창당된 중국공산당이 28년 동안 험로를 걸어 반봉건·반식민지 중국사회를 혁명하고도 환갑을 넘겨서 그런가요...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발생된 중국사회의 각종 분열과 갈등을 중국공산당의 희생적이고 영웅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중국사회를 ‘중공’ 중심으로 통합시키려는 의도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7월 1일, 중국공산당 성립 90주년을 맞아 중국에 관심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중공 90년’이 중국사회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역사적인 의미를 준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공 90년’을 중국이 아닌 곳에서 어떻게 기념할까, 고민하다가 중국내에서 특이한 방식으로 ‘중공 90년’을 기념하는 흥미로운 장면을 발견했습니다.

그건 36세의 나이로 중국 국민당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물인 중국공산당 초기 지도자 취츄바이(瞿秋白)를 주인공을 한 영화가 며칠 전에 시사회를 갖고 중국 주요 도시에서 상영되었다는 소식이 그것입니다.

난징에서 거행된 시사회에 중국공산당장쑤성(江蘇省)위원회의 높으신 분들이 총출동했다고 하니 장쑤성 방식의 '중국90주년' 기념식인 셈입니다.

 

 

 

영화 제목은 <秋之白華>...

실력파 영화감독 훠젠치(霍建起,곽건기)가 감독을 맡고 요즘 중국에서 잘 나가는 영화배우인 더우샤오(窦骁)가 ‘취츄바이’ 역을, 동지(董洁)가 취츄바이의 연인 양즈화(楊之華) 역을 맡아 더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제목인 <秋之白華>는 취츄바이(瞿秋白)에서 ‘秋白’이라는 한자를 양즈화(楊之華)에서 ‘華’를 딴 것입니다. 제목으로 보면, 이 영화는 취츄바이와 양즈화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 할 수 있겠군요.

지금 막 개봉된 영화라 보지 못했지만 이 영화에 대한 중국 언론 기사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용어를 보면, ‘중국 90년’을 기념하는 여타의 기념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아 흥미를 끕니다.

‘사랑(愛情)’, ‘느림慢’, ‘유약함柔’...

이와 관련해 <秋之白華>의 감독 훠젠치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린 그를 잊을 수 없어요. 게다가 저도 특별히 당시 꿈을 위해 분투하는 그 혁명가의 경험을 영화필름으로 기록하고 싶었는데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취츄바이와 양즈화, 그들은 분명 낭만적이고 금슬 좋은 부부였습니다. 저는 관객들이 그들 사랑에 주목하기를 희망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이 이 영화에 빠져들 수 있는 지점이고 사랑은 시종일관 두 사람이 서로를 지탱해주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더우샤오가 연기한 취츄바이가 너무 허약하고 연약하다는 일부 관객들이 평에 대해)

“취츄바이는 문약한 서생이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소리는 낮고 여렸습니다. 아마 사람들이 영웅은 격앙된 어조로 의견을 말해야 한다고 여기는데 취츄바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는 취의(就義: 정의를 위하다 희생되다는 뜻)할 때 그는 딱 한마디만 말했습니다. ‘여기 참 좋구나(此地甚好)!’라구요.”

 

이런 대목들을 보니 훠젠치의 <秋之白華>를 통해 ‘혁명과 사랑’이라는 흘러간 노래를 다시한번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용하지만 외유내강한 중국 좌파 원조 취츄바이의 새로운 형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영화가 기다려집니다.

참고로, 취츄바이는 중국의 문호 루쉰(魯迅)이 ‘지기(知己)’로 부르며 존경해마지 않던 인물이었습니다.

“사람살이 지기(知己) 하나로 족하리, 이 세상 같은 품으로 노려볼지니(人生得一知己足矣,斯世當以同懷視之)”

이 구절은 취츄바이에 대한 자신의 우정을 표현한 말로 유명합니다.  

‘지기’ 취츄바이가 36세의 나이로 중국국민당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자 “사람 목숨은 앗아갈 수 있어도 작품은 죽이지 못한다.”라며 취츄바이가 남긴 유고를 모아 책으로 편집해서 출간한 일이 루쉰의 마지막 사업이었습니다.

취츄바이 유고집을 발행하고 그 자신도 서거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