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돼지생갈비의 발견/ 산남두꺼비마을신문 기고

추바이 2010. 8. 17. 01:20

'돼지 생갈비'의 발견
우리 동네에 있는 청주 유일의 돼지 생갈비집 ‘남도 돈 생갈비’
2010년 08월 14일 (토) 13:10:40 조현국 johkuk1@gmail.com

   

요즘 마을을 산책하면서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다. 새로 오픈한 상가를 보면 어떤 곳일까 하는 생각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하루는 저녁 외식 겸 해서 아이들과 검찰청 앞 도로 쪽으로 산책하다가 ‘남도 돈 생갈비’라는 새로 오픈한 식당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언제인가 이웃으로부터 우리 동네 맛집으로 소개해도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고, ‘돼지 생갈비’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내 발걸음을 잡았던 것이다. ‘육식의 세계’에 익숙치 않은 나에게 있어 ‘생갈비’란 소고기의 일종이었고, 돼지고기는 ‘양념갈비’만 존재하고 있었다. 배고프다고 보채는 아이들 때문이라도 그날은 ‘생갈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생갈비의 고소하고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에 모두들 만족했으니 말이다.

 

참숯과 주물 고기판의 조화가 빚어낸 맛

‘남도 돈 생갈비’ 주인장 이미숙 여사에게 물어보니 생갈비란 돼지고기의 최고부위인 갈빗대에 붙은 살을 말한다. 이미숙 사장은 생갈비의 고유한 맛을 잘 살려내기 위해 바로 잡은 고기만을 일일이 포를 떠 늘여서 상에 내놓는다고 한다. 이 같은 생갈비를 가스불이 아닌 숯불과 주물 고기판에 구워 맛을 살린 것이 ‘남도 돈 생갈비’의 매력이다. 참숯의 은은함과 가마솥을 연상시키는 주물고기판이 만나 생갈비의 겉과 속이 골고루 구워진다. 다 익은 갈비를 뜯으면 뼈만 남고 살은 쏙 발라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그날 먹은 갈비뼈 네 대는 모두 아이들 차지였다.) 여수 갓김치, 갈치젓갈, 양념게장, 호박과 감자를 과일 소스에 버무린 단호박 샐러드, 연두부, 기타 계절 채소로 만든 야채 반찬에 소고기 집에서나 나올법한 매실 엑기스로 만든 소스와 함께 생갈비를 즐긴 후에 고기판에 직접 부어 부쳐낸 계란말이도 이 식당의 별미이다. 계란을 주물고기판에 부으면서 이미숙 사장은 고기판을 한참 자랑한다. “우리 집 고기판은 무게가 4킬로그램에 달하는 주물로 만든 것인데 그 옛날 동네에서 돼지 잡아서 가마솥에 구워먹는 이치랑 같게 만든 것이에요.”

 

여수 아줌마, 청주에 생갈비 들여오다.

   

‘남도 돈 생갈비’는 7월 3일에 오픈했다. 여수에서 20여년 동안 살던 이미숙 사장이 동생으로 인해 청주와 인연이 되어 우리 마을에 식당을 연 것이다. 깨끗하고 살기 좋겠다는 마을에 대한 첫인상과 조금 후미진 곳에 자리 잡아도 고기맛이 소문나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이 사장을 우리 마을로 오게 만들었다. 이 사장의 예상처럼 이 식당은 후미진 곳에 있지만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차츰 늘어난다고 한다.(위치와 전화번호는 상가지도를 참조) 이 사장의 고향은 전북 김제로 결혼하면서 여수에 살게 되었고, 다시 그 만큼 세월이 지나 청주, 두꺼비마을과 인연을 맺었다. 친정 이모가 인천의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부암갈비’ 사장님인 것이 이미숙 사장이 돼지생갈비집을 차린 결정적인 이유이다. 3년 동안 인천 부암갈비 이모님의 생갈비 비법을 어깨너머로 배워 청주 최초의 생갈비집을 선보인 것이다. 말하자면 남도 풍미(風味) 생갈비가 인천을 거쳐 청주에 온 셈이다. 여기에 이 사장은 여수에서 종사한 수산물 가공업 경험을 살려 점심 메뉴로 매생이 칼국수, 매생이 수제비 등 매생이 관련 음식을 포함시켜 청주만의 ‘남도 돈 생갈비’집을 탄생시켰다.

 

글·사진 조현국 johkuk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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