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10년 전통의 참 ‘착한' 추어탕집 /두꺼비마을신문 기고

추바이 2010. 9. 5. 12:17

10년 전통의 참 ‘착한' 추어탕집
싸면서도 맛있는 북문로 ‘남원골추어탕’이 우리마을에 온 사연
2010년 08월 29일 (일) 11:04:35 조현국 johkuk1@gmail.com

   

음식점 이야기를 쓰다 보니 동네사람들로부터 값이 싸면서도 맛있는 식당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값이 싸면서도’라는 대목에서 막막해진다. 우리동네 음식점 가운데에서 맛있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기란 그렇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동네 상가의 높은 임대료 현실을 떠올리면서 이해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음식값이 싸면서도 맛있는 음식점에 대한 아쉬움은 늘 남아있던 차였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이번에 소개할 ‘남원골추어탕’이다. 추어탕 가격이 왜 아직까지 6,000원이냐는 기자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7,000~8,000원 하면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서요’라며 착하게 웃는 최규철·박희정 주인장을 보면서 싸면서도 맛있는 이 식당을 동네 주민들에게 소개해주지 않을 수 없다.

   

들깨, 삶은 시래기, 국내산 추어(鰍魚)의 조화로 빚어낸 맛

우리마을 검찰청 앞에 있는 ‘남원골 추어탕’은 구수하고도 깊고 진한 맛이 난다. 알고 보니 그 비결은 좋은 재료와 정성을 들이는 시간에 있었다. 들깨를 갈아서 짠 뒤 이를 국내산 추어와 삶은 시래기에 버무려서 재래식 가마솥에서 2~3시간 푹 고운 후에 하루를 냉동 숙성시켰다가 들통에서 30분가량 끓인 다음 뚝배기에 다시 요리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집 추어탕의 풍미는 ‘들깨-삶은 시래기-추어’의 조화, ‘가마솥’-‘들통’-‘뚝배기’로 이어지는 숙성의 미학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요리 방식은 남원식 추어탕을 계승한 것이다. 이집 요리사이자 주인장인 최규철 씨는 남원의 유명한 월매추어탕집의 친척으로서, 형님과 함께 그곳에서 추어탕 비법을 터득했다고 한다.(이 식당의 이름이 ‘남원골추어탕’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같은 남원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는 추어탕과도 다르며, 사골육수로 맛을 내는 추어탕과도 구별된다. 추어의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들깨만을 사용하고 먹기 좋으라고 가마솥에서 푹 고아진 추어를 곱게 간 다음 세심하게 가시를 제거해서 상에 올리기 때문이다. 가시를 얼마나 꼼꼼하게 없애는지 최 사장은 가끔씩 손님들로부터 의심을 받는다고 한다. 추어를 넣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이다.

청주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착한’ 주인장 내외

   

“남들은 돈 많이 번 줄 알아요.” 박희정 안주인의 말이다. 재료 안 속이고 정직하게 추어탕집을 운영하다보니 돈을 많이 벌지 못했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이 추어탕집은 청주의 맛집으로 소개될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던 곳이다. 북문로에 있던 ‘남원골추어탕’이 바로 우리동네 남원골추어탕의 전신이었다. 최사장 부부는 북문로에서 10여년 동안 추어탕집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단골을 만들면서 문전성시를 이루던 식당을 운영했었다. 그런데 당시 식당이 아주 오래된 2층 목조 건물에 있었던 것이 문제. 목조 건물이 낡아져서 세들어 장사하던 최사장 부부는 부득이하게 가게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계절에 맞는 보양식, '가마솥'에서 우려낸 추어탕 한 그릇 어때요?

최 사장 부부가 식당 자리로 처음 옮긴 곳은 용정동인데, 임대 관계로 새로운 곳을 모색하다가 청주지방검찰청 앞 도로의 현재의 위치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 자리를 선택한 이유는 이 가족과 운명을 함께 해 온 ‘가마솥’을 놓을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이집 ‘가마솥’은 북문로 시절부터 10여년 동안 최 사장 가족과 동고동락을 함께 해 온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마을에 새로 놓여진 그 ‘가마솥’에는 예전의 명성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최사장 부부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환절기에 더위로 지쳐 있는 육체를 ‘추어탕’ 한 그릇으로 보양하면서 참 ‘착한’ 주인장의 염원에도 기운을 불어넣어주면 어떨까? 추어는 예로부터 ‘(달고 자극적이지 않아) 기운을 북돋아주는 음식(鰍魚甘平能益氣)’이었으니 말이다.

 

글·사진 조현국 johkuk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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