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야기

조조의 '짧은 노래'

추바이 2013. 2. 7. 23:59
  • <중국문화 이야기>


    짧은 노래
    - 조조-

    술잔 마주보고 노래 부른다
    인생 얼마나 될까?
    아침이슬 같으리니
    이미 지나버린 세월 아쉽구나

    목청껏 노래 불러보지만
    근심 물리치기 힘들어라
    무엇으로 이 고민 풀 것인가?
    오직 杜康酒만 있을 뿐이라네

    먼 옛날 푸른 옷 입은 현인들
    유유히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데
    다만 그대들 그리움에
    지금까지 침통하게 읊조리네

    맑은 햇살 아래 모여든 사슴들
    초록 언덕에 모여 쑥을 뜯어 먹고
    내게 어진 인재들 오셨으니
    비파타고 피리 불며 기쁘게 맞으리

    하늘에 걸려 있는 밝은 달
    언제나 딸 수 있을까?
    가슴 속에 오래 품어 온 근심과 분노
    금할 길 없어라!

    종횡으로 얽힌 오솔길에서 만난 손님들
    삼가 왕림해 안부를 나누고
    회포 풀고 주연 맘껏 즐기면서
    앞다투어 맘속에 품은 情 감동있게 읊조리네

    밝은 달 떠오르니 별들은 희미해지고
    한 무리 까막 까치 둥지 찾아 남쪽으로 날아가네
    나무 주위 빙빙 돌아봐도 날개 쉴 곳 없으니
    어느 가지에 지친 몸을 쉬어갈까

    높은 산은 어떤 흙도 바위도 마다하지 않아 우뚝 솟게 되었고
    큰 바다는 작은 시냇물도 끌어 모아 웅대해졌도다
    바라건대, 周公이 그 어떤 사람도 가벼이 보지 않았으니
    천하 인재들이 진심으로 나에게 歸順하길

    ◈ 간웅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조조의 시인(詩人)적 풍모: 정치가이자 위대한 시인이었던 조조

    장편역사소설 <삼국지>에 익숙한 사람들은 조조(曹操)를 주저없이 권모술수에 능한 ‘간웅’이라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조조는 중국문학사에서 ‘건안풍골(建安風骨)’이라는 혁신적인 문학 풍조를 연 문인이기도 했다. 건안풍골이란 중국 후한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獻帝) 시기인 '건안' 연간에 활동했던 일군의 시인들의 시풍을 말한다. 후한말 건안 시기의 어지러운 사회적 상황은 작가들로 하여금 사회현실에 대한 참여적인 태도와 책임감을 갖게 했고, 생명의 소중함과 서정적인 격정을 시로 읊게 했던 것이니 조조가 그 중심 인물이었다.
    조조의 <짧은 노래 短歌行>은 중국 고전시 가운데 절창(絶唱)으로 꼽힌다. "何以解憂, 唯有杜康"이라는 구절은 술꾼들이 널리 애창하는 시구가 되었고, "月明星稀, 鳥鵲南飛"는 인생의 오묘함과 쓸쓸함을 표현한 명구다. "山不厭高, 海不厭深"에서는 호방함과 포용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빙심(氷心) 등은 이 시를 “퇴폐적인 상황으로부터 인생철학에 대한 깊은 사색을 그려내고 있다.”라고 조조의 ‘단가행’을 읽었고, 루쉰(魯迅)은 조조의 일련의 시풍를 가리켜 “문장을 개조한 조사(改造文章的祖师)”라 평가했다.

    短歌行(원문)
    曹操

    對酒當歌, 人生幾何
    譬如朝露, 去日苦多
    慨當以慷, 憂思難忘
    何以解憂, 唯有杜康
    靑靑子衿, 悠悠我心
    但爲君故, 沈吟至今
    呦呦鹿鳴, 食野之苹
    我有嘉賓, 鼓瑟吹笙
    明明如月, 何時可掇
    憂從中來, 不可斷絶
    越陌度阡, 枉用相存
    契瀾談嘗, 心念舊恩
    月明星稀, 鳥鵲南飛
    繞樹三匝, 何枝可依
    山不厭高, 海不厭深
    周公吐哺, 天下歸心

    아래 그림은 중국 현대 화가 판쩡이 그린 <보문출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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