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아파트 작은도서관에서 읽은 <정글만리>(조정래, 해냄)...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그린 중국은 어떤가, 하는 궁금함에 좀 무리했다 ;;
꽌시, 몐쯔, 런타이둬 등 중국을 이해할 수 있는 수많은 키워드들이 '세 권'의 소설 속에 녹아 있음에 탄복!
애정어린 눈길로 중국을 바라보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점도 시선을 끈다.
"그들의 역사를 알게 되면 그들을 이해하는 길이 생기고, 그 길을 따라가다보면 더 깊은 것을 알고싶은 욕구가 생기고 그 욕구를 해결하다보면 그들을 사랑하게 된다.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과 그냥 물건을 팔려고만 하는 자의 느낌은 다르다."(1권, 282)
소설 속 전대광이 한 말인데, 중국 기업과의 진정한 '비즈니스'의 비결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우리가 중국의 겉 보다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이 소설에 나오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이중적 시선도 메모해둘 만 하다.
"중국이 마술을 부리듯 G2가 된 것은 공산당이 정치를 잘 해서가 아니다. 1억명의 근로자들이 싼 인건비에 몸을 내맡기며 각종 제조업에서 그들의 솜씨를 발휘했고 2억이 넘는 농민공들이 그보다 더 헐값에 그들의 솜씨를 판 결과이다."(2권213)
"중국공산당이 혁명을 이룩해 신중국을 건설하면서 해낸 일이 여러가지지만, 인민들이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꼭 한 가지가 있소, 토지개혁을 실시해 수천 년 동안 올가미가 되어 온 소작인 신세를 면하게 해준 것이오. 그 당시 인민의 85퍼센트가 농민이었고, 그중의 85퍼센트가 소작인이었소. 그게 마오가 신으로 숭상되는 살아있는 증거요. 그리고 중국의 천지개벽이라고 할 수 있는 개혁개방은 누가 주도한 거요? 공산당이 하지 않았소. 그러니 인민들은 당을 믿는 것이오."(3권, 378)
포스팅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정글만리>가 현재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작가의 유명세, 혹은 소설의 재미가 원인일 수 있겠지만, 급격히 뜨거워진 중국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이 한 몫한 것 같다.
<정글만리>의 인기로 중국을 알고자 하는 우리사회의 중국 열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하 아래에 <정글만리>에 관한 신문기사와 조정래 작가가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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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만리'로 하루키 밀어낸 조정래의 힘… 빠른전개ㆍ유니크한 문장, 그가 달라졌다
인터넷 용어ㆍ이모티콘에 라디오 오락쇼 출연까지
취재에서 탈고까지 완벽주의 추구만은 여전
외연 한층 넓어진 독자층 "20-30대가 많이 읽었으면"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 입력시간 : 2013.08.18 21:11:22
- 수정시간 : 2013.08.19 00:20:40
- 이번 소설을 쓰며 조정래 작가는 선물 하나를 더 받았다. <정글 만리>를 탈고한 날 아들이 <아리랑> 11권을 필사한 원고를 들고 온 것. 아들은 마지막 12권까지 필사를 끝내면 10권짜리 <한강> 필사도 도전하겠다고 밝혔고, 며느리도 <아리랑> 필사를 시작했다. 부전자전, 부창부수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그 소식 보도된 게 마침 8월 15일이었어요. 유쾌 상쾌 통쾌했지."
17일 만난 작가는 "오늘이 제 생일이다. 광복절에 일본 소설 제치고, 오늘 그 기념 인터뷰 하는 셈인데, 생애 제일 큰 생일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선택은 독자의 몫"이라 에둘러 말했지만, 그의 어록을 정리해보면 달인의 비결은 대략 세 가지로 정리된다.
'시대에 맞는 주제를 택한다. 최선을 다해 쓴다. 적극적으로 알린다.'
<정글 만리>는 중국 경제를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연재 전부터 이슈가 됐다. 여기에 포털사이트 연재로 조정래 독자층의 외연을 획기적으로 넓혔다. 출판사 측은 조정래의 독자층이 구매력 있는 386세대인데 이들이 자녀 세대에게까지 책을 읽게 하는 교육열을 보인다며 '독자 쌍끌이'를 이 소설의 인기 비결로 꼽았다.
세간의 이런 분석에 대해 그는 "<태백산맥> 썼을 때 작가로서 이걸 쓰지 않고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하는 사명감이 있었는데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특유의 비장한 태도로 답했다. <아리랑> 취재차 20여 년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부터 구상했고, 중국이 단순히 이웃 국가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역사적 삶을 올바로 이어나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20,30대가 이 소설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전 소설 속 주인공이 전대광보다는 송재형이라고 생각해요. 송재형과 리옌링 장면으로 소설을 끝맺은 것도 한중 간 미래지향적 모습을 그리고 싶어서였죠."
소설은 중국 주재 상사원 전대광이 상하이국제공항에서 한국 의사 서하원을 맞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유능한 의사였지만 의료 사고를 일으킨 서하원은 전대광의 뒤를 봐주는 중국 세관 고위 관료의 의뢰로 상하이 한 병원의 성형외과로 취직하고 재기를 꿈꾼다. 중국 주재 포스코 직원인 김현곤은 전대광과 함께 수주한 프로젝트가 중국 내 알력 싸움으로 무산되자 서부 시안으로 좌천되지만, 시안에서 큰 프로젝트를 따냄으로써 도약한다. 이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긴 중국계 미국인 왕링링은 미모와 거침없는 사업 수완으로 상하이 재계에서 화제가 된다. 전대광의 조카 송재형은 베이징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 리옌링을 만나면서 역사학으로 전공을 바꾼다. 각 인물들은 사업, 인척, 연애 등으로 얽히고설키며 개혁 개방 이후 '정글'로 변한 중국에서 돈과 권력을 향한 욕망을 보여준다.
작가는 언젠가 '최선을 다 한다는 게 뭐냐'는 의사 박경철의 질문에 '자신의 노력이 나 스스로를 감동시킬 수 있을 때 쓰는 말'이라고 대답했는데, 이 기준에 비추어 자신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썼다고 말했다. 더 이상 취재할 부분이 없다고 할 정도로 완벽한 준비를 끝낸 후 집필을 시작해, 더 이상 고칠 부분이 없다고 생각할 때 출판사로 원고를 보낸다. 이것이 <태백산맥> 이후 조정래가 쓴 모든 소설의 탈고 기준이다. 이번 소설에는 컴퓨터 용어와 이모티콘이 자주 나온다. 이전 소설에서 볼 수 없는 표현들이다. 조정래 특유의 복잡다단한 인물 관계와 묵직한 주제에도 한층 발랄해진 구어체 문장 덕분에 가독성이 높다. 이 부분에 대해 "소설이 잘못하면 '드라이'해질 수 있어서 빠른 전개와 '유니크한' 문장에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최선을 다 해야 하는 분야가 점점 더 많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였다. 그는 각 출판사 부스에서 200~300명 독자를 상대로 자신의 소설을 열심히 설명하는 외국 작가들을 보며 "우리나라는 너무 뒤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는, 좀 달라졌다. 지난 달 30일 라디오 '컬투쇼'에 출연한 데 이어 섭외가 들어온 몇 개의 쇼 오락 프로그램에도 나가 볼 생각이다. 평생 단 두 번 해본 사인회도 이번 신작 출간을 기념해 다시 하기로 했다.
"문학이 한때 정서 문화의 왕이었어요. 라디오, 영화, 텔레비전 등장으로 문학 독자가 끝 없이 떨어져 나간 게 지금까지 도정인데, 이제는 스마트폰까지 나왔어요. 근데 제 소설을 스마트폰으로 지하철에서 읽었다는 거에요. 소설은 끝없이 적을 만들면서 또 공존 방법이 존재한다는 거죠. 더 잘 쓰고 알릴 수 밖에 없어요."
점점 더 많아진 할 일을 전방위적으로 마크하면서 그는 외친다.
나는, 작가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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