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소통하는 게 교육의 본질...문제아는 솔직히 없다”
- 야학 교육을 실천하는 김용택 선생님과 인터뷰
260(198: 62), 25(22: 3), 516(369: 147)... 이게 무슨 숫자인지 아십니까? 충청북도 교육청 홈페이지 정보공개 게시판에 있는 2011년도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한 충청북도 소재 고등학생들 숫자입니다. 순서대로 일반고등학교,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탈(脫)학교’ 학생들 숫자이고, 괄호 안의 왼쪽은 남학생, 오른쪽은 여학생 숫자입니다. ‘기타’로 적혀 있는 사유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 다른 전문계고, 일반계고 학생가운데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 숫자를 합치면 일 년에 천여 명이 훨씬 넘는 고등학생이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군별로 보면 청주시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혹시 이들 중 일부가 우리 동네에서 밤늦게까지 거리에서, 공원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배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학교에 부적응한 이들이 잘못한 걸까요? 아니면 이런 부적응자를 양산하는 사회가 잘못된 것일까요? 이 문제와 관련해 평소 야학 교육 운동을 실천하면서 ‘탈(脫)학교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는 김용택 선생님(산남유승한내들 · 68)을 두꺼비생태공원 한 벤치에서 만나 보았습니다.
- 외진 공원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중고생 또래의 청소년들이 몰려다녀 불안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에 모여들어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소음과 술, 담배꽁초 등 쓰레기 배출로 인한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불안하죠.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들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건 아이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문제이자 사회 문제이고 가정의 문제입니다. 그런 걸 인식 안 하고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비난하니 답이 안 나오는 거죠.”
- 일부 아파트에서는 자체적으로 방범대를 조직했다고 합니다.
“우선은 조금 효과가 있겠죠. 하지만 임시방편이라 봐야하지 않겠어요. 방범대원들이 일일이 따라다닐 수도 없고……. 학교에서도 그와 비슷한 대처를 합니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CCTV를 설치하고 학교장에게 책임을 묻고……. 하지만 그런 방식은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아이들을 부도덕하게 몰고 가서는 안 됩니다. 그런 아이들이 생겨나는 것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학교 교육에 있습니다. 두 번째는 ‘사회 교육’이 부재한 것도 이유죠. 학교에서 나오면 청소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놀이 공간 · 문화 공간이 없습니다. 선진국은 청소년들의 사회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세 번째는 가정교육입니다.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 부적응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의 애정 결핍이나 정서적 문제는 부모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학교, 사회, 가정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를 아이(개인)에게 전가해서는 안 됩니다.
- 방금 ‘사회 교육’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거기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 우리나라 ‘사회’는 청소년들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삼고 있습니다. 피씨방, 만화방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한 마디로 교육적 목적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의식 있고 살기 좋은 도시 공간에서는 ‘사회 교육’의 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시 차원에서 청소년 커리큘럼을 만들어 사회 교육을 시행합니다.”
- 학교 부적응자가 생겨나는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도전 골든벨>같은 TV 프로그램이 단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암기 위주의 지식 양으로 학생들을 서열화하는 게 큰 문제죠. 인성적, 도덕적, 신체적인 측면 등은 다 덮어버리고 암기 지식 양 위주의 경쟁에 많은 아이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겁니다.”
- 선생님께서 실천하고 계신 ‘야학’은 ‘사회 교육’ 산물인가요?
“제가 하고 있는 ‘야학’은 일종의 자선 사회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학 이름이 ‘보리 학교’라고 하는데요, 공립 대안학교에서 탈락한 아이들을 모아 시작했습니다. 주로 마산, 창원, 진해 지역 아이들입니다. 3년째 되는데 벌써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2명이나 합격했습니다.”
- 어떻게 ‘야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하루는 사업하는 제자가 찾아 와 어렵게 공부하는 아이들이 탈선하지 않게 도와주었으면 하는데 선생님께서 도와달라고 요청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제자가 사무실 임대료며 집기, 운영비를 지원해 줘서 시작했는데, 야학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께서도 참여하고, 책걸상이며 선풍기 등도 협찬해 줍니다. 야학을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성을 느껴 얼마 전 법인으로 전환하고 ‘사회적 기업’으로도 신청했습니다.”
- 야학 ‘보리 학교’ 수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집니까?
“정규 교육과정은 법적 시수를 채우는 수준에서 최소화하고 등산이나 여행, 농촌 ․ 생태 체험학습 등을 늘립니다. 얼마 전에는 제주도 걷기 체험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인간관계를 트는 것이 중요해서입니다. 아이들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놀아주는 것,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사실 아이들과 소통하는 게 교육의 본질입니다.”
탈선 청소년 문제는 그 개인에 대한 ‘감시와 처벌’로 풀려고 하기보다는 국가와 사회가 나서 교육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을 김용택 선생님은 누누이 강조합니다. 이 같은 견해에 공감할 사람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기도 막막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지니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러 사람을 찾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용택 선생님의 야학 활동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교직에서 정년 퇴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외받은 아이들과 소통의 교육 철학을 몸소 실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_조현국 편집인
※ 오늘 인터뷰한 김용택 선생님은 37년 교사로 재직하다가 마산 합포고등학교에서 정년 퇴임했다. 외손주랑 같이 살려고 우리동네로 이사왔다는 김용택 선생님은 늘 백발을 휘날리며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허리가 아파 자전거 타기가 걷기보다 좋다고. 올해 11월 허리 수술 예정인데 수술이 끝나면 야학 활동하러 한 달에 반 정도는 마산에 가 살아야 한다고 한다. 백발이 성성한데도 그 누구 못지않게 활발한 교육 활동을 펼치는 그의 모습은 ‘파워 블로거’ 면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용택의 티스토리http://chamstory.tistory.com/
<산남두꺼비마을신문 제77호 송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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