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는 일요일입니다.
문득 어제 우리 아파트 뒷편 두꺼비논에서 세워진 '움집'이 떠오릅니다.
가을걷이가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리고 새로운 생명을 떨구고 다시 품으려는 늦가을의 정취를 '움집'으로 느낄 수 있어서 그런가...
앞에 있는 움집은 수곡 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뒷쪽에 있는 움집은 꼬마들이 주로 만든 것입니다.
확실히 표가 나지만 움집을 만들려는 마음만큼은 다 같지 않을까요
올 겨울에 고라니 같은 야생 동물들이 쉬었다 가라는 따뜻한 마음을 담았답니다.
실제로 우리 아파트 뒷편으로 고라니들이 내려오니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들이 깃들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올 가을에도 벼는 익었고, 추수를 했습니다.
저 어렸을 적, 어둑어둑해질까지 벼베고 담고 하다가
가을 들녁 저 너머로 기우는 황혼을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기분으로 한없이 바라보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늦가을이 주는 아우라,
그러니까 한 생명을 접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가을의 변혁 기운을 그 가을 들녁에서 느낀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꼬마들이 어떻게 알고 나왔는지 와랑이도 밟아보고 벼도 베어 자랑합니다.
추수의 기쁨을 그냥 넘어갈 수 없겠죠.
두모 선생님들이 맛있는 부치기와 막걸리를 준비해 가을걷이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습니다.
사진을 올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훗날 이 사진을 보면, 분명 이때가 그리워질 것이라고...
지금 내가 초중 시절 가을 들녁에서 추수하던 시절을 그리워 하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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