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야기

사진으로 보는 중국(1) 홍콩인들이 화난 이유? -'솽페이(雙非)'에 대하여

추바이 2012. 2. 9. 11:50

 오늘 우연찮게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보다 발견한 내용...

중국에서 비교적 진보적 매체로 알려져 있는 <난팡저우모>에서 날린 광보(廣播) 한 구절...

【"도둑질도 강도질도 불법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홍콩에 가서 아기를 낳는 게 논란되다'라는 제목 하에 

홍콩 모 일간지에서 <홍콩인, 참을 만큼 참았다>라는 대형 광고가 등장해

'솽페이(雙非)' 아동 배후에 숨겨져 있던 갈등이 정식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궁금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봤더니 그 속에 중국사회의 한 단면이 보이는군요.

 

먼저 '솽페이(雙非)'는 '부부 쌍방이 모두 홍콩에 영구적으로 사는 주민이 아닌(夫妻双方均非香港永久性居民)' 경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솽페이 얼퉁(雙非兒童)'은 '홍콩 주민이 아닌 중국인이 홍콩에서 낳은 아이'라는 뜻이 됩니다.  

자료를 찾아봤더니 2001년에 '솽페이 얼퉁'은 620명이었는데, 2010년에는 32000여명으로 증가했더군요.

 

'홍콩 사람들, 충분히 참았다!(香港人,忍够了!)'라는 광고 문구는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 것입니다.

같은 중국사람들이 홍콩에 와서 아기를 낳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죠.

광고 디자인에서 이 같은 홍콩인들의 위기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난팡저우모'에서 언급한 대형 광고>

 

보시다시피 광고에는 녹색 메뚜기(蝗虫)가 홍콩의 사자산(狮子山) 꼭대기에 올라가 홍콩을 내려다 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홍콩사람들은 녹색 메뚜기(솽페이 임신부)에게 외칩니다.

"당신은 홍콩에서 18분마다 백만달러를 내고 '솽페이' 아기를 낳을 건가요?"라고...

비싼 돈 내고 홍콩에 와서 아기를 낳지 말아라는 것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중국 홍콩인들의 의식 속에는 녹색 메뚜기가 양식을 갉아먹는 것처럼

자신들이 일구어 놓은 양식(교육, 의료 혜택 등 복지 관련)을 중국 내지인(중국사람들은 연해 지역이나 변경 지역을 제외한 내륙 중심 부분은 내지라고 부릅니다)들이 갉아먹을 걸 우려하는 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곧 '솽페이' 아이들과 홍콩의 교육, 복지, 의료 자원을 분배해야 할 처지에 놓인 홍콩인들의 불만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중국에서 같은 중국인들끼리 아기 낳는 문제가 논란거리가 될까요? 

중국 내지인들은 자기들이 사는 곳에서 아기를 낳지 않고 왜 굳이 홍콩에 가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 아기를 낳으려고 하는 걸까요?  

 

<중국 푸저우에 있는 푸젠의과대학에 있는 광고판, 홍콩 베이비를 광고하고 있다>

 

"홍콩 후커우(户口)가 베이징 후커우보다 훨씬 싸다" 

<난팡저우모>와 인터뷰한 장리(가명)씨의 이 말 속에 '솽페이'들의 고민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후커우(户口)'란 '세대수와 세대 인구수의 총칭'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중국에서 '후커우'는 우리나라 한자어 '호적(戶籍)'과 같이 사용해서 우리나라 '호적'과 같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실은 '주민등록'과 유사한 걸로 봐야 합니다. 

중국에서 시행되는 '후커우' 제도는 '주민등록 이전의 자유가 없다'는 게 우리나라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입니다.

곧 중국에서는 거주는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거주한 곳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하지 못해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받는 혜택을 못 받습니다.

현재 중국 사회현상을 말할 때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농민공(農民工)'이라는 용어는 중국 후커우 제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반영한 단어입니다. 곧 도시에 거주하면서 각종 노동에 종사하지만 농촌 후커우를 도시로 이전하지 못해 농촌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도시인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농민도 아니고 도시 노동자도 아닌' 애매한 사회적 지위로 인해 '농민공'이라 용어가 생긴 것이지요.

주민등록 이전을 용인하지 않는 중국의 후커우 제도는 마오쩌둥이 1958년 '대약진운동'이라는 계획경제를 실시하면서 생겨난 제도인데요,

개혁개방 이후 갖가지 부작용으로 인해 다소 개선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중국인들의 주거문화의 결정짓는 주요한 틀입니다.

 

앞서 <난팡저우모>와 인터뷰한 장리 가족의 경우도 후커우 제도로 인해 불만이 많았던 것이죠. 

장리 부부는 베이징으로 거주지를 옮겨 5년 동안 열심히 일해 집도 사고 차도 샀지만, 베이징 후커우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베이징 후커우를 만들려고 돈도 많이 쓰고 했지만 지금까지 베이징 후커우 없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베이징에서 아기를 낳게 돼도 아기에게 후커우가 발급되지 않아 교육 혜택도 받지 못할 뿐더러 출생신고에도 갖가지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래서 이들 부부가 선택한 건 베이징 후커우가 아닌 홍콩 후커우...

홍콩은 1997년 이후 ‘좡펑위안(庄丰源) 법안’이 만들어진 이후

부모가 중국 내지인이더라도 아기가 홍콩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아기에게 홍콩 거주권(居港权)을 주기 때문입니다.

구하기 힘든 베이징 후커우를 얻기 위해 돈을 쓰느니 차라리 홍콩에 가서 아기를 낳는데 돈을 쓰자라는 게 장린 부부의 생각인 것이죠.

 

이렇게 보자면 '솽페이' 현상은 마오쩌둥 시대 계획경제를 축으로 작동되었던 사회주의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중국식'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단계에서 빚어지는 혼란스러운 풍경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속엔 교육, 의료 문제 등 실생활과 직결된 문제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같은 중국이라도 홍콩식 교육과 의료 시스템 등 복지정책과 현황이 중국 내지(內地) 보다 낫다는 의식이 '솽페이'를 만드는 요인입니다. 이 문제는 자본주의냐 공산주의냐 하는 이데올로기 관점에서가 아니라 '작은 중국(홍콩, 싱가폴, 타이완 등)'이냐 '큰 중국'이냐 하는 '중국'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잘 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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