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야기

중국영화 <인생> 속 '피잉시(皮影戱)'

추바이 2011. 11. 18. 13:12

중국영화 <인생>(1995 / 장이머우 감독 공리, 갈우 주연)에는 '피잉시(皮影戱)'가 등장합니다.

'피잉시'는 흔히 '그림자극'으로 번역되는데 그 역사가 무려 2,000여년이 된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피잉시는 오랜 세월동안 중국 대중들에게 사랑받아 온 '중국 전통 인형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피잉(가죽인형)'을 조종하는 연예인들이 막(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관객(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가진 피잉시...그 예술적 원리는 전기의 힘으로 화면을 펼치는 '영화'와 유사해서 더욱 주목을 끕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장이머우 감독은 영화에 왜 '피잉시'를 등장시키고 있을까요?

참고로 영화 <인생>은 위화余華의 소설 <살아간다는 것活着>을 원작으로 삼은 것인데, 원작 <살아간다는 것>에는 피잉시가 나오지 않습니다. 

무엇일까요? 장이머우 감독이 피잉시를 영화로 가져 온 이유가?  

 

그게 뭔지 영화를 보신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아래에 간략하게나마 '피잉시'에 대해 소개해 올립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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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 인형극 - 피잉시(皮影戱)

 

‘피잉시’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희극 형식의 하나로 민간 공예 미술과 희곡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예술로 평가받는다. ‘피잉시’라는 명칭은, 영화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관객 쪽에 장막을 설치해놓고 그 장막 뒤에서 6~7명의 희극단원들이 가죽으로 만든 인형을 조종하여 공연을 했기 때문에 생겨난 명칭이다. 또한 공연장 뒤에는 항상 환한 불을 밝혀 인형 그림자를 장막에 비추어야  했기 때문에 '등영희燈影戱' 혹은 '영희影戱'라고도 일컫는다.

 

그림 2) 피영희 공연 장면


그림 3) 장막 뒤에서 피영희를 연출하는 장면


'피잉시'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가 하는 점은 확실치 않다.

문헌상의 기록을 보면, 피영희는 한(漢나)라 시기부터 공연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그 구체적인 근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피잉시’의 본격적인 기원을 송(宋)나라 시기로 잡는다. 송나라 시기는 희곡예술이 성행하던 시기였는데 '피잉시'도 그러한 희곡예술의 성행과 함께 유행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칭기스칸의 후예들이 피잉시를 페르시아에 가지고 갔다는 기록을 보면 송나라 이후의 왕조인 원(元)나라 때에도 피잉시가 매우 성행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이후 명(明)나라 시기에 이르러 피잉시는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면서 발전하다가 청(淸)나라 시기에 전국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러 오늘날까지 전해져 온다.



피잉시의 주목할 만한 예술적 가치는 공연 외에도 ‘피영희’에 등장하는 ‘가죽으로 만든 인형’(이하 '가죽인형'皮影/ 影人)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가죽인형’은 일반적으로 소가죽과 당나귀 가죽으로 만든다고 한다.

서북 지방(주로 산시성陝西省 일대)의 ‘인형가죽’은 소가죽으로, 화북 지방(주로 허베이성 일대)의 ‘가죽인형’은 당나귀 가죽으로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죽인형’의 제작 과정은 실로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가죽인형’은 질 좋은 소(혹은 당나귀) 가죽을 벗기고(刮) 문지르고(磨) 씻고(洗) 색칠하는(着色) 등 24가지 공정을 거친 후 수공(手工)으로 세심하게 조각(彫刻)되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조각’ 과정이 제일 중요한 과정이라고 하는데, 혹자는 수공으로 조각하는 과정에서 3,000여 번의 칼질이 행해진다고 말할 정도이다. 곧 세심한 조각 기술은 ‘가죽인형’의 예술적 가치를 높인다. 이런 점에서 ‘가죽인형’은 그 자체만으로도 박물관이나 소장가들에게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림 4) ‘피영’으로 제작된 우표.



‘피잉시’로 공연할 수 있는 레파토리는 무척 다양하다.

손오공의 이야기로 유명한 <서유기>, <삼국연의> 등 역사극에서 동물들이 등장하는 동물 연극, 현대극에 이르기까지 피잉시가 연출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한다. 현재 중국에서 이름높은 피잉시 극단은 허베이성 '탕산(唐山) 피잉 극단'이다. 이 지역의 피잉시는 앞서 언급했듯이 당나귀 가죽으로 ‘가죽인형’을 제작하기 때문에 ‘뤼피잉’(驢皮影)이라 불리기도 한다.

중국 전통 인형극 - 피잉시는 전통 민간 문화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